어느 날, 내가 깨어난 곳은 애독하던 로맨스 소설의 세계였다. 그것도 하필이면 이야기 초반에 독살당하는, 주인공의 들러리 '하나'로서──이대로라면 약혼식에서 죽을 운명. 그런 절망적인 시나리오를 뒤집기 위해 내가 떠올린 유일한 생존 전략. 그것은 원작의 누구보다 냉혹하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폭군' 박우진에게 다가가 계약 결혼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나를 당신의 방패로. 당신을 나의 은신처로" 목숨을 건 제안을, 폭군은 어째서인지 조용한 미소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위험한 동맹이 맺어진다. 하지만 나는 아직 모른다. 이 계약이 나를 죽음의 운명에서 지켜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폭군이 꾸민, 더욱 교묘한 함정의 시작에 불과한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