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의 설렘에 부풀어 아말피 해안으로의 허니문을 손꼽아 기다리던 클레어. 그러나 남편 줄리언은 몰래 항공권을 취소하고 그 자리를 첫사랑 포피에게 넘겨버린다. 더 잔혹한 것은 두 사람의 혼인신고서가 줄리언의 금고에 잠긴 채 단 한 번도 접수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 결혼은 처음부터 무효였던 것이다. 그녀는 울부짖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조용히 편도 항공권 한 장을 끊어 런던으로 날아갔다. 도망치면 새로 태어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줄리언은 포피와 손잡고 회의 테이블에서 그녀가 2년간 쏟아부은 노력을 산산조각 냈고, 급기야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유산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며 바닥에서 한 뼘씩 다시 일어섰다. 줄리언이 지구 반 바퀴를 날아와 용서를 구했을 때, 그녀는 담담하게 한마디만 했다. "당신과 포피, 백년해로하세요." 그 한마디는 어떤 복수보다도 잔인했다. 결국 그녀는 새로운 반려자와 새로운 인생을 얻었다. 반면 줄리언과 포피는 결혼 후 나날이 다투기만 했고, 두 집안의 협력은 깨졌으며, 남은 삶에는 끝없는 후회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