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이 멸망한 지 수백 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이 흐른 뒤 — 지구는 더 이상 인류의 것이 아니다. 한때 번성했던 도시들은 폐허로 무너져 내렸고, 마천루는 노란 모래에 잠식되었으며, 강철 숲은 기계 생명체들이 둥지를 트는 폐허의 잔해로 전락했다. 축구 경기장, 지하철 터널, 공장, 도시 광장 — 인류 문명의 유물들은 거대한 불길이 휩쓸고 간 뒤 남은 마지막 불씨처럼 세계 곳곳에 흩어져,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대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기계들의 것이다. 그들은 생각하고, 소통하며, 조직을 만든다. 그들은 우정과 신념, 증오와 꿈을 안다. 그러나 그들 대다수는 '인간'이란 무엇이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 자신들이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조차 말이다. 세계는 기계 문명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 시대는 훗날 이렇게 불리게 된다: 불씨가 꺼진 후